150조 달러(약 20경 910조원). 전 세계 GDP의 두 배에 달하는 이 숫자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입니다(BCG). 우리가 마시는 공기부터 물, 토지, 동식물, 목재, 광물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이자 사회와 경제 활동의 자원으로 기능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 GDP의 절반 이상(WEF), 주요 대기업의 85%가 자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S&P). 이렇듯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에 주목해, 자연을 자본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개념이 자연자본(Nature Capital)입니다.

기후 변화로 자연자본이 점차 희소해지면서, 자연자본에 미치는 임팩트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은 자연 손실을 향후 10년간 전 세계가 마주한 심각한 리스크 중 하나로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업이 자연자본 임팩트를 관리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투자 시 고려사항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개발개발계획(UNDP) 등을 주축으로 TNFD(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가 출범해 기업과 금융업이 자연자본 관련 영향과 의존성, 위기와 기회를 공시하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자연자본의 관점 @natural capital protocol

기업을 위한 자연자본 안내서, '천연자본 프로토콜'

자연자본에 미치는 임팩트를 이해하고 측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천연자본 프로토콜(Natural Capital Protocol)입니다. 천연자본 프로토콜은 자연자본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과 의존성을 식별하고, 측정하고 평가하도록 돕는 국제 표준 프레임워크입니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을 주축으로 모인 자연자본연합이 공개 협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개발했습니다. 코카콜라(Coca-Cola), 다우(Dow), 케어링그룹(Kering), 네슬레(Nestle) 등 400개 핵심 조직 및 수천명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은 기업 실무자가 자연자본을 의사결정에 고려하기 위해 알아야할 정보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게 4개 영역 9개 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자연자본 임팩트를 정의하고 측정, 평가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질문과 질적, 양적, 화폐화 등 평가 방법론 리스트도 제공합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기업은 측정 목적에 따라 재무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 또는 두 가지 모두에 주목해 자연자본 임팩트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연자본 임팩트로 인한 경제적 수익 변화에 주목해 주주나 경영진과 소통하거나, 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자연자본 임팩트가 사회와 환경에 미친 변화를 소통하는 식입니다. 자연자본 임팩트와 의존성(Dependency) 중 측정 대상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자본 임팩트로 인한 미래 수익 추정치나 사회적 비용을 이야기할 수도, 자연자본의 변화로 인한 기업의 비용 증가를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업은 자연자본을 중심으로 가치사슬 전반의 임팩트 경로(Impact Pathway)를 그려봄으로써 기업의 활동이 미치는 자연자본 임팩트와 자연자본 의존성을 확인하고, 중대성 평가를 통해 핵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측정하려는 영역에 따라 적정한 측정 방법과 지표들의 예시도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연자본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주제별 가이드(산림 프로덕트, 식음료, 의류, 금융, 생물다양성 등)를 공개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 커리큘럼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자본 측정평가 도구가 모여있는 플랫폼도 운영중입니다.

코카콜라, 바스프…자연자본 임팩트 주목한 기업들

세계 최대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는 천연자본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물 보충(Water Replenishment) 프로그램의 임팩트를 측정하는 가이드를 개발, 모든 파트너가 성과를 보고하게 합니다. 코카콜라는 프로그램이 물이라는 자연자원을 늘림으로써, 탄소 포집, 홍수 방지, 식량 및 원자재 공급 등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연자본의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복잡한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Natural-based Solution)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합니다.

2020년과 2021년, 코카콜라는 유럽에서 진행한 물 보충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프로그램이 창출한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중대성 평가에 의해 산출된 6개 영역(▲물 보충 ▲수질 개선 ▲홍수 방지 ▲탄소 포집 ▲레크리에이션 ▲식품 및 원료)에 걸쳐 화폐 가치로 환산해 보고하고 있습니다(유로/연). 또한, 프로그램에 투자한 금액 대비 10년간 예상되는 생태계 서비스 창출 효과를 추정해 선형 그래프와 성과 배수로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유럽 전역에서 51개 프로그램을 진행,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물의 236%를 생태계로 다시 돌려 보냈습니다. 물 부족이 심한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관개 시설을 투자하고 농부 교육을 통해 물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 이는 연간 506메가 리터의 물을 절약했으며, 농부들은 물 요금 및 펌프 비용을 절감하고 물을 절약해 평균 11% 만큼 수확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연간 36만 유로(약 5억 800만원)의 가치로, 10년 내 투입 대비 약 8배의 환경적 임팩트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태계 서비스 측정지표 @Coca-Cola
코카콜라의 2020, 2021년 측정 결과 @Coca-Cola

글로벌 화학 기업인 바스프(BASF)도 천연자원 프로토콜에 기반해 사회, 환경적 임팩트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바스프가 개발한 밸류 투 소사이어티(Value-to-Society)는 회사와 직·간접 공급사 등 밸류체인 전반의 활동이 경제·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화폐 가치로 환산해 공시합니다. 폐기물 배출량 등 기업 활동의 직접적 결과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자연 환경의 변화, 사람들의 삶과 웰빙에 미친 영향을 통해 기업의 임팩트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환경 영역에서는 6대 영역(▲대기오염 ▲온실가스 ▲오염수 방출 ▲수자원 소비 ▲토양 소비 ▲폐기물)의 영향을 측정하는데, 이때 지불 의사 가격 평가(Willingness to pay), 비용 기반 접근법(자연자본을 인공물로 대체하는 비용 추정) 등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 오염 물질의 사회적 비용을 측정하기 위해 오염 물질 배출로 인한 공기 질의 감소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지불의사 추정치 등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여기에는 오염 물질에 대한 국가별 계수도 적용됩니다.

바스프는 연도별로 정확한 측정 값은 공개하지 않으며, 추이 그래프와 직전년도 대비 개선도를 통해 성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값인 2020년의 데이터를 보면, 바스프가 환경에 미친 부정적 임팩트는 2019년 보다 25% 더 커졌는데, 결과에 대한 이유도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2020년은 하류 가치사슬의 물 소비와 토지 이용 증가 때문에 악화). 바스프는 2013년부터의 측정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BASF의 2020년 Value-to-Society 결과 @BASF

지난 9월 19일 TNFD 프레임워크의 최종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자연자본 임팩트 측정과 관리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TNFD에는 현재 58개국 11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며, 국내에서는 포스코, KT&G를 비롯해 주요 금융사(우리금융, 신한,  KB금융그룹, 하나금융, 삼성카드) 등이 가입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는 자연 환경과 어떤 관계에 있나요? 자연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임팩트를 관리하고, 지구의 자연자본을 확충할 방안을 이야기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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