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진단하는 금융권 임팩트워싱

데이터 인사이트
2023-11-29

전 세계적으로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워싱·Washing)’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018년 9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그린워싱과 관련된 상장기업 중 31%가 소셜워싱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비율은 영국 비율의 경우 39%, 미국 기업은 44%까지 증가했습니다(Reptrack, 2022). 이러한 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EU친환경지침(EU Green Claims Directive)은 ‘탄소 중립’, ‘재활용’과 같은 설명에 대해 명확한 증거로 입증하라고 요구했고,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는 그린워싱 광고를 감시하며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EU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인권·지역사회·일자리 등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을 위한 분류 체계가 마련됐습니다.

이러한 워싱에 대한 경고 및 제재는 금융권에서 비롯되어,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RD·지속가능성 위험이 금융 상품 수익성에 미칠 영향 공시)’과 맞물려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은행감독청(European Banking Authority)은 ‘Sustainable’, ‘ESG’, ‘Green’ 등의 용어를 펀드 문서에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워싱을 식별하는 전담팀을 꾸리고 모니터링에 나섰습니다. 독일 검찰은 일반 펀드를 ESG 펀드로 과장하여 투자자를 오도한 거대 자산운용사 DWS그룹과 대주주인 도이치뱅크 본사를 사기 혐의로 압수수색했고, CEO는 사임했습니다. 금융 시장 참여자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ESG 금융시장, 그린워싱 주의보' 리포트 보기

임팩트워싱(Impact-Washing)이란?

이처럼 정부기관, 금융당국이 나서서 ‘워싱(Washing)’을 규제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공동의 목표를 향한 진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손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험을 위장하거나 확대하기 때문에, 사회적 위험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또한 기업 가치 평가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실제 사회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임팩트 지향적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평판과 고객 평가에도 부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고 및 규제하는 워싱의 유형은 ‘Hiding(숨기다)’, ‘Vaguing(모호하게 하다)’  ‘Faking(가짜로 하다, 거짓말을 하다)’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설명’,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는 것’, ‘과학자만이 확인 및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잠재적 리스크나 단점에 대한 언급이 없이 과장하는 것’, ‘부정적 리뷰를 숨기거나 돈을 주고 긍정적 리뷰를 올리게 하는 것’ 등도 이러한 유형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워싱의 사례들입니다.

이러한 워싱을 식별하고 방지하려면, 회사 내부 보고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구체적인 목표에 기반한 정량적인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트리플라잇 기업부설연구소인 이슈&임팩트 데이터 연구소 IM.Lab은 이처럼 ‘우리의 사회·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숨기고,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긍적적 변화를 주장하는 것’을 임팩트워싱(Impact Washing)’으로 정의하고, 국내 기업의 임팩트 워싱 데이터를 DB화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국내 주요 금융그룹 9곳의 임팩트워싱 수준을 데이터로 진단해봤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임팩트워싱 수준

트리플라잇 IM.Lab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9개 금융그룹(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카카오뱅크, 우리금융, 기업은행, BNK금융, JB금융, DGB금융)의 사업보고서, 지속가능성보고서 등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임팩트워싱 수준을 진단했습니다. 임팩트워싱의 유형을 ①Hiding(부정적인 내용을 숨기거나 일부만 공개함), ②Vaguing(증거 기반의 데이터 없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설명함), ③Faking(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거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함)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세부 척도를 기반으로 임팩트워싱 수준을 점수화 했습니다.

분석 결과, 국내 금융그룹 9곳의 임팩트워싱 수준은 평균 52.1점(100점 만점, 임팩트워싱 수준이 심각할수록 100점에 가까워짐)으로 나타났습니다. 임팩트워싱 유형별로는 Hiding(77.1점), Vaguing(64.1점), Faking(14.9점) 순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숨기거나 일부만 공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참고로 3가지 임팩트워싱 유형 중에서는 임팩트워싱 수준이 Vaguing(모호하게 하다)에서 Higing(숨기다), 그리고 Faking(가짜로 하다, 거짓말을 하다)으로 갈수록 심각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9개 금융그룹 중 임팩트워싱 총점이 높은 곳은  KB금융그룹(60.2점), BNK금융그룹(60점), 하나금융지주(58.1점), 우리금융그룹(58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정적인 내용을 숨기거나 일부반 공개하는 Hiding은 하나금융그룹(87.5점)이 가장 높았고, 증거 기반의 데이터 없이 모호하게 설명하는 Vaguing은 기업은행(82.8점)의 심각도가 1위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KB금융그룹은 특히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Faking(28.6점)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Hiding] 부정적 영향을 숨기거나 일부만 공개하는 경우

임팩트워싱의 가장 전형적인 유형이 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숨기거나 일부만 공개하는 경우(Hiding)입니다. Hiding은 9개 금융그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정량적으로 공시된 ESG 성과 data 5개년치를 기반으로, 중대성 평가 결과 우선순위로 선정된 공통 이슈 중에서 공시율이 높은 12개 지표(온실가스 배출량 Scope1+2, 에너지 사용량, 수자원 사용량, 폐기물 재활용 비율,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산업재해, 자발적 이직률, 신규 채용 인원, 육아휴직 후 복귀율, 비정규직 비율, 여성 임직원 비율, 장애인 고용률)를 진단했습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12개 지표별 성과가 악화됐으나, 악화된 내용과 이유 그리고 개선사항 등을 지속가능성보고서 본문에 기재하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전년 대비 악화’ 보다 ‘2년 연속 악화’된 경우, 관련 내용 및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Hiding 심각도가 더 높은 것으로 설정했고, 각 지표별 정량 데이터가 아예 공시되지 않은 경우는 Hiding 수준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ESG 성과가 악화됐음에도, 이유 및 개선 목표 등을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밝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2개 지표 중에서 9개 금융그룹이 가장 많이 숨기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은 산업재해 건수(85.71점), 자발적 이직률(85점), 비정규직 비율(80점), 육아휴직 후 복귀율(75점)로 나타났습니다. 임직원과 관련된 위험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Vaguing] 증거 기반의 데이터 없이 모호하게 설명하는 경우

임팩트워싱은 겉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수행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모호함(Vaguing)을 지적합니다. 사회·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미치기 위한 노력일수록, 증거 기반의 데이터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해 고금리로 높은 수익을 올린 은행은 올해 초 기본급의 300~400%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뭇매를 맞았습니다. 금융권을 향한 비판 속에서 최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사회공헌 비용은 총 1조 2,380억원으로 2006년 보고서 발간 이해 가장 높은 금액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그룹 9곳은 사회공헌을 통한 긍정적인 영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Vaguing 수준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기반으로, 9개 금융그룹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한 141개 사회공헌 활동의 모호성을 5개 척도로 판별했습니다. 적합성(목적에 맞는 지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가), 목적성(사회공헌 활동의 명확한 목적 및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가), 구체성(Input-Output-Outcome 등 단계별 영향을 구체적인 지표로 설정 및 관리하고 있는가), 정확성(사회공헌 활동이 모호하지 않고 명확하게 설명되는가), 균형성(이해관계자 및 수혜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거나, 부정적 영향까지 고려하고 있는가) 등 5개 척도를 기반으로 진단했습니다.

분석 결과, 국내 금융그룹 9곳은 대부분 구체적인 목적을 설정하고 지표 자체는 관리하고 있지만, 수혜 대상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직접 변화의 체감도를 묻는 등 부정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수준(균형성, 92점)이 상대적으로 가장 심각했습니다. 또한 증거 기반의 데이터로 사회공헌 활동을 측정 및 설명하는 수준(정확성, 51점)도 개선이 요구됩니다. 실제로 대다수 금융그룹이 ‘활동에 투입된 비용’과 같은 Input 지표,  ‘교육을 받은 사람 수’ 처럼 직접적인 결과(Output) 중심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한 실제 수혜자 또는 이해관계자로부터 사회공헌 활동 이후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설정과 데이터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Faking]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거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경우

임팩트워싱은 사회문제에 대한 기업의 약속과 진정한 행동 사이의 단절이 있을때 발생합니다. 특히 Faking은 ‘기업이 여성의 권한 부여에 대한 공개적인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성 평등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실제로는 여성이 같은 직급의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와 같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Faking이 반복되면 대중의 비난,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기업 평판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Faking은 9개 금융그룹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제재현황을 기반으로 재발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지적 받은 제재 사항을 7가지로 분류(불공정거래, 노동 및 인권, 산업안전, 소비자보호, 윤리 및 반부패, 정보공시 및 시스템 관리, 지배구조 투명성)하고, 제재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까지 사업보고서에 공시했으나, 이듬해 동일한 규정을 어겨서 다시 제재를 당한 경우를 확인했습니다.

분석 결과, 불완전판매·거래금지 위반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29.2점)’ 관련 규정을 다시 어긴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정보공시 및 시스템 관리(27.8점)’ 규정을 어겨, 투명성 및 정보 보안의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개인정보 및 고객 통지 의무 등을 위반하는 ‘소비자 보호(18.1점)’ 위반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받고도, 이듬해 동일한 문제로 제재를 당한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금융권 산업 특성상 산업재해 보다는 불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정보공시 및 시스템 안전 관련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은 모습입니다.

전 세계 39만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고 답한 이들이 47%에 불과했습니다. 75%는 ‘브랜드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73%는 ‘브랜드가 사회와 지구의 이익을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Havas, 2021).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이 되려면, 임팩트워싱을 넘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언제든지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임팩트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 국내 기업의 임팩트워싱 DB는 각 기관별 맞춤형 데이터를 유료로 제공하며, 관심있는 기관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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