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이 체감한 '임팩트'를 생생하고 진솔한 언어로 포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임팩트를 정의하고 측정할 때, 트리플라잇이 항상 숙고하는 질문입니다. ‘진짜’ 임팩트를 명확하게 가려내고 그 규모를 논리적으로 산출하려면 변화의 증거를 다각도로 수집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이른바 ‘수혜 당사자(beneficiaries)’의 목소리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입니다. 트리플라잇이 임팩트를 정의·측정하는 과정에서 수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나 1:1 또는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트리플라잇은 당사자 목소리를 어떻게 수집할까?*🔎‘린 데이터, 임팩트의 핵심을 측정하는 법’, 🔎‘10년 장기 프로젝트의 임팩트 측정 여정’, 🔎‘사회 변화를 이끄는 캠페인의 임팩트 측정하기

이러한 고민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마주했을 때 더욱 깊어집니다. ‘아이들이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질문에 ‘잘’ 답할 수 있게 하려면 설문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처음 보는 어른한테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하면 좋을까?’,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변화의 양상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게다가 최근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의 임팩트 측정이나 전략 수립 작업을 트리플라잇에 요청하는 조직들이 많아지면서, 미래세대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 수집 도구·방법론을 개발해야겠다는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에 트리플라잇은 올 1월 ‘이야기 수집 도구 개발 TF’ 팀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으면서 미래세대 관련 프로젝트에 두루 쓰일 도구’는 무엇일지 논의한 끝에, 기분·감정 표현을 돕는 감정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감정카드 개발 과정은 크게 ①카드에 담을 감정 표현 단어 선정 ②감정 표현 단어별 설명문 작성 ③아동·청소년에게 친근하면서도 직관적인 디자인 기획으로 나뉘는데요, 우선 ▲심리학계의 감정 분류 체계를 참고해 기쁨, 놀라움, 두려움, 슬픔, 화 등 기본 감정을 다섯 갈래로 분류하고 ▲갈래마다 보편적이면서 포괄적인 감정 표현 단어를 5~8개 선정한 후 ▲국어사전을 토대로 삼되, 최대한 한자어를 배제하고 일상용어로 사전 정의를 풀어쓰는 작업(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과 함께 ▲다섯 갈래의 기본 감정을 캐릭터로 형상화하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카드의 레이아웃을 설정하는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용자가 '미래세대'인 점을 고려해, 주요 감정을 '어딘가 엉성하면서도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로 구현했습니다.
‘화가 나’, ‘겁이 나’, ‘슬퍼’, ‘놀라워’, ‘기뻐’ 등 5갈래의 감정별로 캐릭터 색깔과 표정을 달리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목표로 약 3주에 걸쳐 제작한 ‘트리플라잇 미래세대 감정카드’(더 참신한 이름을 고민 중입니다🧐)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A 장학사업에 참여 중인 청소년 47명으로부터 해당 사업이 나의 성장에 미친 영향에 관해 직접 들어보는 소그룹 워크숍에서, 감정카드는 ‘이야기 수집 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을 떠올릴 때, '감정'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줍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장면 그리고 순간이 감정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장학사업이 나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청소년기 회고를 통해 돌아보는 ‘인생그래프 워크숍’ 현장에 감정카드를 적극 활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워크숍 참여자들은 손에 감정카드 뭉치를 들고 한 장 한 장 살펴보며, 당시 나의 감정에 가장 가까운 표현을 떠올리고 곱씹어봤습니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손에 감정카드 뭉치를 들고 한 장 한 장 살펴보며, 당시 나의 감정에 가장 가까운 표현을 떠올리고 곱씹어봤습니다. ‘감정’이라는 도구가 있으니, 청소년기를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그리고 즐거웠던 경험을 상기하고 이야기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또 다양한 감정 선택지가 손 안에 있으니,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참여자들도 좀 더 풍부하게 느낌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른 카드는 ‘다 잘 될거야’에요. (장학생이 된 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을 얻은 것 같거든요.”

“그때 참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데…슬펐지만 그 슬픔이 부정적이진 않았어요. 오히려 가슴이 뚫리는 기분? 그래서 ‘평온해’ 카드가 맞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었는데요,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지 않은 참여자들에게 감정카드는 표현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감정별 캐릭터는 색깔과 모양, 표정으로 구별됩니다. 각 감정의 뜻을 마치 캐릭터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말풍선에 넣었고요(예: ‘슬픔’ 카드 중 ‘후회돼’ → “잘못한 일이 마음에 걸리고 아쉬워”). 또 특정 경험에 관한 감정을 정량화해 분석할 수 있도록, 감정의 강도를 점수(1~3점)로 표현했습니다. 덕분에 말수가 적고 낯가림을 하는 친구들도 그때 느꼈던 감정의 강도를 점수로 매겨보며, 좀 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장학생 친구들이랑 노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엄청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어’ 카드 골랐어요. 점수는 무조건 3점 이상이요!!!!!!”

미래세대를 고려해 개발한 감정카드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고 관찰하고 나니,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이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벌써부터 트리플라잇 멤버들은 ‘미래세대 감정카드 Ver 2.0’을 위한 아이디어 구상에 나섰습니다. 미래세대 당사자들이 ‘놀이’처럼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인터뷰, 설문조사 등 다양한 이야기 수집 도구로 한층 구체화됐고요. 이미 트리플라잇이 사용하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slack)’창엔 감정카드 속 캐릭터 이모지가 매일 웃고, 울고, 놀라며 함께하고 있죠. 😆

미래세대 감정카드는 임팩트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변화의 증언을 끌어내기 위한 트리플라잇의 수많은 실험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더 정교하게, 더 생생하게 포착하려는 트리플라잇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혹시 트리플라잇이 개발한 ‘미래세대 감정카드’가 궁금하거나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주세요. 현장의 니즈에 맞춰 보완 제작해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답니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전하는 도구 개발을 고민하는 파트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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