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아동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함께 이주배경아동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트리플라잇은 이주배경아동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세 가지 장벽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주배경아동은 가정에서의 ‘돌봄’, 학교에서의 ‘교육’, 나아가 사회 진출을 위한 ‘진로’ 분야에서 ‘이주배경’으로 인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이주배경아동이 마주한 세 가지 장벽’ 이슈리포트 핵심 요약 보러 가기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중에서도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더 높은 장벽을 마주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해외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경우, 고향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과 이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2020년 서울시·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서울시 이주배경 어린이·청소년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 중도입국 청소년을 중심으로」 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 10명 중 6명(약 64%)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고, 10대 시절에 이주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어느날 갑자기,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불시착’하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 ‘한국어’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학교에 다니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학업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장벽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노출되는 국내출생 아동·청소년과 달리,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낯선 언어를 처음부터 배워 익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트리플라잇과 기아대책이 이주배경청소년·청년 225명(중도입국 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과 현재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한국어’를 꼽은 중도입국 응답자의 비율이 국내출생 응답자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서툰 한국어는 수업 역량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중도입국 응답자 10명 중 8명(82.0%)은 “나에게 익숙한 언어로 학교 수업을 들었다면 공부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 학교 체계 등 고향과는 다른 낯선 환경에서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내출생 응답자의 45.3%가 “학교 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한 반면, 중도입국 응답자는 13.5%만이 특별한 어려움 없이 학교 생활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만큼 공부하고 생활할 수 없었다”고 느낀 비율도 중도입국 응답자(56.8%)가 국내출생 응답자(43.2%)보다 높았으며, 중도입국 응답자 10명 중 8명(81.0%)이 주된 이유로 “언어, 문화, 학교 제도 등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꼽았습니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본격적으로 자아를 탐색하고 형성해나가는 시기에 예기치 못하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트리플라잇이 만났던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사춘기 무렵에 한국에 왔는데, 학교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했는데 한국어 발음이 어눌해 소통이 어려웠다”며 ‘이주배경’으로 인해 더욱 힘겨웠던 성장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하지만 ‘불시착’이 좌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사춘기로 방황할 때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모든 걸 케어해주셨고,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취업한 곳 사장님이 발음 교정도 해주시고 대화법도 알려주셔서 2년 반을 일했다”며, 절망의 순간 누군가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줬기에 무너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이 ‘이주배경’ 때문에 맞닥뜨리는 장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메우는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트리플라잇은 그동안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사회문제를 분석해 왔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문제를 널리 알리며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캠페인으로 연계하고자 합니다. 트리플라잇이 기아대책과 함께 조사·분석한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의 어려움이 ‘문제 현상’에 정체되지 않도록, 이주배경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를 위한 서명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이 성장 과정에서 어떤 장벽에 부딪치는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이 장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게 지지하는 버팀목이 늘어날 수 있도록 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서명 캠페인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