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굴하고, 약점을 기회로 바꾸는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소개합니다.

데이터로 미래 설계하는 글로벌 도시들

데이터 인사이트
2025-09-30

최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새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균형성장’이 5가지 핵심 목표 중 하나로 포함돼 있습니다. 인구 감소, 경제 침체 등 갈수록 파급력이 커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전략이자 목표로 ‘지역 발전’을 채택한 것인데요,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5극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5극3특’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트리플라잇·한양대 연구팀이 공동개발한 '지역자산역량지수'로 분석한 ‘5극3특’

한편,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의 현안을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지역의 사회·경제·정치·문화적 실태를 드러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데이터를 시정에 적극 활용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데이터를 토대로 지역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사례 또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트리플라잇의 눈길을 끌었던 ▲일본(정부의 지역재생 정책 전략) ▲미국(민간 비영리재단 주도 이니셔티브) ▲영국(민관협력 연구·조사) 사례를 소개합니다.

🌏일본, ‘컴팩트-네트워크’ 전략 기반 ‘입지적정화계획’

일본은 인구 감소에 따라 도시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미래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 국토교통성(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이 발표한 「국토그랜드디자인 2050」은 '컴팩트+네트워크(Compact plus Network)'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요, ‘컴팩트+네트워크’는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각종 유무형의 인프라를 행정·주거·의료 등 기능에 따라 하나의 거점으로 집중(compact)시킵니다. 이렇게 거점들을 대중교통망으로 긴밀하게 연결(network)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도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2025년 7월 기준 일본의 835개 도시 중 585곳이 컴팩트+네트워크 전략을 토대로 한 ‘입지적정화계획(도시재생계획)’을 수립·공표했습니다.

이처럼 컴팩트+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기존의 도시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구·토지 이용·경제·대중교통 등과 같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따라서 입지적정화계획 수립 과정은 상권 분석, 지역재정 현황, 대중교통망, 연령대별 인구 및 미래추계인구, 빈집 분포 등과 같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에서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성 국토기술정책종합연구소에서는 연령별·성별 인구 및 가구 수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데이터를 예측하고, 이를 100m 격자로 배분한 지도로 시각화해 제공하는 등 지자체가 보다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에 대비한 지역재생 정책을 총괄하는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도 지자체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가 개발한 ‘지역경제분석시스템(Regional Economy and Society Analyzing System, RESAS)’ 플랫폼은 기업 간 거래, 통화량 데이터, 인구 동태 등 지역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빅데이터를 수집해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형태로 제공합니다. RESAS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관리·분석할 여건이 안 되는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 산업·인구 현황 데이터 등을 파악해 증거 기반의 정책을 수립하도록 돕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내각부의 지역재생 전담부서인 마을·사람·일자리창생본부가 구축한 지역경제분석시스템(RESAS) 플랫폼 홈 화면. ⓒRESAS

🌏미국 Bloomberg Philanthropies, ‘City Data Alliance’

2002년부터 11년 동안 미국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Michel Bloomberg)가 설립한 Bloomberg Philanthropies 재단은 전 세계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지원 사업을 수행해왔습니다. 특히 지역 정부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증진하는 데 주력해왔는데요, 2022년 6,000만 달러(2025년 현재 기준 한화 약 841억 원)를 투자해 북미·중남미 지역 도시(인구 10만 명 이상)를 대상으로 출범한 ‘City Data Alliance’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City Data Alliance는 명칭에서 가늠할 수 있듯, 도시 정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세우고 역량을 강화하며 도시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하버드케네디스쿨(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참여 도시의 시장과 담당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 워크숍, 강의 등을 진행하며 이들이 도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로젝트 설계가 마무리되면 6개월에 걸친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1년 간의 데이터 인프라 확충 자금을 제공해 실질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025년 현재 12개국의 80개 도시가 CIty Data Alliance에 가입해 도시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 시는 도시의 가장 심각한 위기로 꼽히는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자원 94만 리터 공급을 목표로 담수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있으며, 미국 메릴랜드 주 발티모어 시는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총기 사건 발생률을 낮추는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도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발티모어 데이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공공임대주택 보급, 의약품 재고 관리, 자연재난 피해 상황 실시간 안내 등 도시의 가장 시급한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입니다.

ⓒBloomberg Philanthropies

🌏영국 웨일스·그레이터맨체스터의 지역경제 실태 조사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폭넓은 공공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상 곳곳의 문제와 니즈를 세밀하고 꾸준하게 파악·예측하려면 공공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데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사의 통화량 데이터나 카드회사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접목한 경제 현황 분석이나 소비 트렌드 전망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입체적이고 섬세한 그림을 그려내는 방법은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를 통합해 각 데이터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해상도를 높이는 것일 텐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 웨일스 정부와 그레이터맨체스터 주가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공공데이터로 파악할 수 없는 지역 산업의 현황을 파악·분석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웨일즈 정부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혁신 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지역 내 혁신 기업과 기술 개발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데이터 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 생성·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기로 했는데요, 이를 위해 협력 기관인 Nesta는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등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지역 내 혁신 기업의 웹사이트·소셜미디어 계정과 테크 분야 네트워킹·행사 정보 웹사이트 ‘Meetup.com’ 등에서 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웨일즈의 혁신 기업 현황 정보 플랫폼 Arlosiadur(웨일즈어로 ‘innovation directory’를 뜻함)를 구축했는데요, 혁신 기업 분포도를 볼 수 있는 지도를 비롯해, 이들 기업과 혁신기술 연구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시각화해 혁신의 ‘클러스터’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어디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발굴·가시화한 혁신 생태계 네트워크 정보는 웨일스 정부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 근거 자료로 활용됐습니다.

2017년 영국 웨일스 정부·사회혁신 싱크탱크 Nesta가 공공데이터를 비롯해 기업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계정 등에서 수집한 웹 데이터를 활용해 구축한 웨일즈 지역 혁신기업 정보 플랫폼 ‘Arlosiadur’ 페이지. 2025년 현재 플랫폼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Infogr8

그레이터맨체스터 연합 정부(Greater Manchester Combined Authority)는 지역의 디지털 역량 강화 실행 계획(Local Digital Skills Action Plan)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LinkedIn의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LinkedIn 가입자 중 그레이터맨체스터 지역에 기반을 둔 것으로 확인된 61만4,000명의 주요 역량, 고용 상태, 이주 여부, 교육 수준과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지역 내 인력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 분야와 그렇지 않은 산업 분야를 분석하고,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가장 큰 산업군을 판별해 그 결과를 계획에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LinkedIn에 가입된 사람에 한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므로 역량이나 직업, 연령 등의 측면에서 포괄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공공데이터로 탐지할 수 없는 지역의 현황을 파악하는 보완책으로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지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는 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발굴하고,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토대이자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기의 복잡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한정된 자원으로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트리플라잇이 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와 함께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개발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229개 지자체의 강점과 위기를 진단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국내 지자체들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임팩트를 확산해 나가겠습니다😉 ▶11월 출시되는 KLACI 데이터 백서 사전예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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