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구성원이 어우러지는 포용적이고 공정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기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각 구성원이 서로 다른 역량과 정체성을 살리며 일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여성, 장애인 등 취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이 다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 정규직'이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만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Equity·Inclusion(DEI)'을 고려한 대기업의 채용과 임직원 복리후생 제도는 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기준이자 지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하루 앞두고, 국내 대기업집단 상위 10곳의 매출액 1위 계열사*글 하단 참조임직원 현황을 DEI 관점에서 분석해봤습니다.
트리플라잇이 분석한 주요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지난 2년(2021~2023년) 동안 꾸준히 여성 임직원 비율을 높여왔습니다. 기업별 2021~2023년 여성 임직원 비율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업종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는데요, NH농협은행(52.6%)과 한화생명(45.1%) 등 서비스업 관련 기업이 상대적으로 여성 임직원 비중이 높은 반면, GS칼텍스(9.9%), 현대자동차(6.4%), 포스코(5.6%) 등 공업·제조업 관련 기업은 여성 임직원 비중이 낮았습니다.
여성 임직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여성 신규 채용을 늘리고, 여성 임직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두고 있었습니다. LG전자는 DEI 전략 중 하나로 2030년까지 국내외 여성 임직원 비율을 25.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여성 인재 발굴을 위해 국내 여자대학교에서 별도로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임직원 다양성 증진을 위한 '임직원 리소스 그룹(ERG)'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여성 임직원 대상 'Women@Hyundai'를 운영하며 커리어 개발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진 임원 중 여성은 얼마나 될까요. 현대자동차(여성 임원 수만 공시)를 제외한 9개사의 2021~2023년 여성 임원 비율을 분석해보니, 9곳 중 7곳의 3년 평균값이 한자리 수에 머물렀습니다. 임원 10명 중 여성이 1명 미만이라는 뜻인데요, 일례로 GS칼텍스의 2023년 여성 임원 수는 '0명'입니다. 삼성전자, 한화생명,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을 개선해왔지만, '대기업 유리 천장'은 여전히 높고 단단해 보입니다.
임금 수준에서도 성별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남성 임직원 대비 여성 임직원의 평균 임금 비율을 분석한 결과,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 7개 기업 중 NH농협은행과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5곳은 여성 임직원의 평균 임금이 남성 임직원 평균 임금보다 25%~40%가량 적었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곳은 한화생명과 HD현대오일뱅크인데요, 두 기업의 여성 임직원 평균 임금은 남성 임직원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에는 남성 대비 여성 임직원 평균 임금 비율이 62.8%였으나, 이후 2년 동안 점진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비슷한 경험과 성과를 기반으로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에게 성별에 관계 없이 동일 수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Equal Pay(동일 임금)' 정책을 시행 중이나, 2023년 국내 임직원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대비 소폭 증가한 24.2%로 보고했습니다.
분석 대상 7개 기업 중 유일하게 여성 임직원 평균 임금이 남성 임직원 평균 임금보다 높은 곳은 현대자동차인데요, 한편 관리자 이상 직급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고용 현황은 어떨까요. 분석 대상 10개사 중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LG전자, 포스코, GS칼텍스 등 5곳은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채용된 장애인 직원은 본사 사업장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행복키움', '행복디딤', '행복모음', '행복믿음' 등 장애인 표준사업장 4곳을 세워 구내식당 위생 관리나 스팀 세차장 운영, 직원 작업복 세탁 서비스 등을 맡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여의도 63빌딩 본사 사내 도서관 사서 보조로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을 채용하고,서울·대전·부산 콜센터 내 쉼터를 열며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채용하는 등 사내 편의시설을 통해 다양한 직군의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서울 본사와 기초화학연구소에 사내 카페를 열어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했으며, 본사 차원에서도 장애인 직원이 역량에 적합한 업무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2023년에 장애인 직무체계와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발표한 ‘공시대상 대기업집단’(88곳) 중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공정자산총액’ 상위 10개 집단의 매출액 1위 계열사(2024년 기준, 단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 배당금 등이 매출액에 포함되는 지주회사는 제외) 10곳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된 2021~2023년 임직원 현황 데이터 취합 후 3개년 평균값과 변화 추이를 분석함
<참고> 2024년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중 공정자산총액 상위 10개 집단 :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S, 농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