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핀란드 헬싱키에서 '세계 순환경제 포럼(World Circular Economy Forum, 이하 WCEF) 2023'이 열렸습니다. WCEF는 핀란드 의회가 출범한 사회 혁신 펀드 '시트라(Sitra)'가 2017년부터 주관해온 연례행사로, 세계 곳곳에서 순환경제 전략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정책 결정자, 연구자, 기업가가 모여 현장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일본(2018), 네덜란드·캐나다(2021), 르완다(2022)를 거쳐 4년 만에 주최국에서 열린 이번 WCEF에서는 순환경제 분야에서 앞서가는 핀란드의 다양한 현장이 소개됐는데요, 핀란드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순환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이래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국가 주요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트리플라잇 이슈&임팩트 데이터 연구소 IM.Lab에서 주목할 만한 핀란드의 순환경제 솔루션 사례를 이해관계자별로 꼽아봤습니다.

🏛️ 지역 의회 : 핀란드 순환경제 주도하는 우시마 의회

핀란드 국민 3분의 1이 거주하는 헬싱키-우시마(Uusimaa) 의회는 3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확장하고자 정보 교류 및 협업 플랫폼인 ‘헬싱키-우시마 순환 밸리(Helsinki-Uusimaa Circular Valley)’를 열었습니다. 헬싱키-우시마 순환 밸리는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 등 민관의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실험 플랫폼으로서, 크게 ▲식품 ▲건설 ▲플라스틱 ▲섬유 ▲전자 폐기물 등 5개 분야에서 순환경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2024년 말까지 약 72만유로(한화 약 10억3000만원) 규모의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업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마트시티 조성 사례로 꼽히는 헬싱키 동북부 항구 지역 칼라사타마(Kalasatama)에서도 자원 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폐기물 수집-운반-분리-재활용 시스템인 ‘이모(IMU)’입니다. 주거단지 곳곳에 종이·플라스틱·음식물 등 종류별 생활 쓰레기 수거함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면,  지하에 매립된 관을 따라 쓰레기가 시속 70킬로미터 속도로 폐기물 처리 시설까지 자동 운반됩니다. 이렇게 수집된 생활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은 원료로 재생되고, 재활용되지 않는 것은 소각돼 전력이나 난방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출처 : Sitra, Circularity Gap Report Initiative, WCEF, Accenture, Mckinsey&Co., Outokumpu, Fiskars

🗝️ 기업 : 순환경제 실천은 우리 회사의 핵심 전략

‘오우토콤포(Outokumpu)’ , 철강회사 아닌 ‘재활용회사’를 지향한다

유럽 최대 스테인리스강 제조기업인 오우토콤포는 업계 최초로 과학 기반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Sicence-based Target Initiative)’ 인증을 받으며 ‘지속 가능한 철강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재생 원료 사용률 94%를 달성했으며,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철강 슬러그(slug)와 쇳가루 등도 건설자재 원료로 100%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WCEF에 연사로 참여한 요하 에르킬라(Juha Erkkilä) 오우토콤포 부사장은 오우토콤포를 철강회사가 아닌 “재활용 회사(recycling company)”라 칭하며 기업의 순환경제 실천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우토콤포는 자원순환과 저탄소 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생산 체계를 마련해 연간 탄소 배출량을 업계 평균치(6.1tCO2-eq/t)의 3분의 1 수준인 1.7tCO2-eq/t로 저감했으며, 2030년까지 1.2tCO2-eq/t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피스카스(Fiskars)’, 오래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문화를 만든다

피스카스는 1649년 설립돼 300년 넘게 가위를 비롯한 절단도구를 제조해온 유서 깊은 핀란드 대표 기업이자, 로얄덜튼, 로얄코펜하겐, 아라비아, 웨지우드, 이딸라 등 유명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다수 거느린 그룹사입니다. 피스카스는 “쓰고 버리는 문화에 대항하는 선구적 디자인(Pioneering design against throwaway culture)”을 표방하며 순환경제 개념을 녹여낸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해왔는데요, ▲아라비아, 이딸라 등 테이블웨어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사고팔 수 있는 빈티지숍 운영 ▲사용 중인 프라이팬 세척 및 코팅(recoating) 서비스 제공 ▲재사용 원료 또는 생분해성 원료로 만든 가위 제품군(ReNew Scissors) 개발 ▲원료 회수·재활용률을 높여 제품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매립 쓰레기 감축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에는 오우토콤포와 협력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성 제품 대비 92% 줄인 저탄소(emission-minimized) 스테인리스 키친웨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자원순환 기반 제품·서비스에서 창출된 순매출액은 2022년 기준 전체 순매출액(12억4840만 유로, 한화 약 1조7767억원)의 5% 수준인데요, 이 수치를 2030년까지 50%로 늘리는 것이 피스카스의 목표입니다. 나탈리 알스트룀(Nathalie Ahlström) 피스카스 CEO는 이번 오우토콤포와의 협업에 대해 “제품 여정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는 선구적인 디자인의 좋은 예”라며 “지속가능성은 피스카스 그룹 성장 전략의 핵심 요소이며, 파트너십을 통해서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학계 :  학제간 연구로 자원순환 섬유 개발하는 알토대학교(Aalto University)

패션·섬유 산업은 해마다 17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산업군 중 하나입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재활용이 어렵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존 원료를 대체할 친환경 소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헬싱키 공과대학·경제대학·예술디자인대학을 통합해 2010년 문을 연 알토대학교는 디자인·바이오공학·화학 등 학제간 통합 연구 프로젝트를 장려하며 환경 영향력을 최소화한 신소재 섬유와 염료 등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WCEF에서 알토대학교는 “미래의 옷장(the Wardobe of the Future)”이란 주제로 전시 부스를 열어 목재, 폐섬유, 신문지 등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원단 ‘이온셀(Ioncell)’, 유통과정에서 폐기되는 꽃을 가공해 가죽 원단처럼 만든 ‘플록스(Flaux)’ 등 재생섬유를 비롯해, 섬유 사이에 삽입해 의류 또는 원단의 생산 및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초소형 디지털 태그 등 순환경제 기반 패션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알토대학교는 친환경 섬유 및 소재를 연구하기 위해 예술·디자인과 공학을 융합한 교과 과정(CHEMARTS)과 R&D센터(바이오이노베이션 센터)를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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