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사회는 수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5년 연속 자연감소(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앞지름)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100년 후에는 현재 서울(인구 933만 명)보다 규모가 작은 나라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습니다. 이러한 저출생·고령화 흐름에 따라 15~64세 생산연령인구 또한 2022년 71.7%에서 2072년 45.8%로 감소하며 경제 성장이 더욱 둔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리플라잇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문제의 심각성과 복잡성을 인지하고, 이를 다양한 각도로 진단하고 전망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2019년부터 6년째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와 함께 ‘한국인이 바라보는 사회문제’ 연구를 진행하며 인구 변화로 인한 국민의 우려와 기대를 파악해왔습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임팩트투자사 에이치이니셔티브(HGI)와 ‘투자사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리포트를 공동 발간(1편 고령화, 2편 생산성)하며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어오는 과정에서 트리플라잇은 인구구조 변화가 야기하는 문제 상황 중 가장 사회적 파급 여파가 큰 지역소멸 위기에 더욱 주목하게 됐습니다. 사회문제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임팩트 전략 허브(Impact Strategy Hub)로서, 지자체들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도록 돕고자 ‘지역자산역량지수(Korea Local Asset Competency Index, 이하 KLACI)’를 개발했습니다. 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전영수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와의 3년에 걸친 공동 연구를 통해 탄생한 KLACI의 기획 배경과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KLACI에서 229개 지자체의 잠재력 확인하기
지역소멸 이슈는 이미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 사회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의 51.8%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위험지역’입니다. 지난해 전국 6,175개 초등학교 중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던 157개교 가운데 94.5%가 비수도권 소재 학교였다는 사실은 수도권 외 지역의 저출생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2023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0개 기업 중 74.4%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었으며, 일자리 역시 절반(2025년 4월 기준 51%)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보건복지·문화예술 인프라에 관해서도 사람들은 지역간 불균형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4)에 따르면 국민의 71.2%가 ‘의료서비스 제공에 지역간 차이가 있다’고 느끼며, 문화예술 활동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참여 횟수가 가장 많은 서울(57.3회)과 가장 낮은 지역 간 격차가 2.5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지역 간 삶의 질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트리플라잇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현상을 조명해보기로 했습니다. 지역소멸 위기를 단순히 문제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잠재력을 발굴해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는 솔루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죠. 이러한 관점으로 2022년부터 국내외 지역발전 이론과 사례들을 조사·연구하면서, 지역의 특성과 현황을 진단하는 지표의 대부분이 중앙정부 평가용이란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평가·관리 중심으로 지역별로 점수를 매기다 보니, 지역만의 특성이나 차별점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기존 지표의 한계를 진단한 끝에, 3가지 주요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지역이 보유한 ‘자본(강점)’뿐만 아니라 ‘부채(약점)’까지 포괄하여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자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표를 도출해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을 돕자 ▲경제·인구·사회·문화·복지·안전 등 다양한 각도에서 각 지역의 잠재력과 고유한 지역성(Locality)을 발견하도록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 등 4대 핵심 범주와 55개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전국 229개 지자체의 강점과 약점을 식별하는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개발했습니다.
KLACI의 4대 핵심 범주인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은 지역의 복원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4대 범주를 측정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공공데이터를 수집한 후, 객관성, 신뢰성, 비교가능성을 기준으로 최소 10년간의 변화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지표를 선별했습니다. 선별한 지표는 전문가 약 150명의 1차 검증과 이들 중 약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FGI, 트리플라잇과 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의 다층적 검토와 연구를 거치며 윤곽을 잡아갔고, 이 모든 과정에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인구성장력(12개), 경제활동력(18개), 생활기반력(9개), 안전회복력(16개)을 진단하는 55개 지표를 도출했습니다. 인구성장력 범주에는 소멸지수·합계출산율·경제활동인구 등 인구 유입 동력과 성장 잠재력을 진단하는 지표가 포함되고, 경제활동력 범주는 재정자립도·실업률·벤처기업 수·청년고용률 등 경제적 역동성을 진단하는 지표가 포함됩니다. 생활기반력 범주에는 빈집수·보육시설 수·문화기반시설수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로 구성되며, 안전회복력 범주는 사망률·지역안전등급현황·온실가스배출량 등 안전망과 지속가능성에 관한 지표로 구성됩니다.
진단 결과는 4대 범주별 수치로 환산한 값을 종합해 16가지 유형으로 표현됩니다. 16가지 유형은 4가지 강점(인구성장형, 경제혁신형, 생활역동형, 안정회복형)과 4가지 약점(인구정착형, 경제정속형, 생활정체형, 안전정진형)에 따라 1차적으로 분류된 후, 여기에 4대 범주별 총점(100점 만점)으로 측정된 역량 수준이 더해져 종합적으로 도출됩니다. 229개 지자체 모두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요, 사람들이 개인 성격 유형 검사 결과로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듯 지자체 또한 강점과 약점, 특성을 기본 정보 삼아 시급한 과제와 잠재된 성장 기회를 보다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 지자체의 ‘지역력(지역 고유의 자산과 역량)’은 4대 범주별 점수로 구성된 팔방형 원석(原石, Mineral) 형태의 레이더 차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유형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지자체마다 범주별 점수가 다르므로 서로 다른 모양의 원석으로 지역 고유의 자산과 역량이 표현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고유한 원석 형태로 도출되는 지역력은 지자체 간 비교를 통한 우리 지역의 차별점과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트리플라잇은 이달 초 KLACI 웹서비스의 베타버전을 출시하며, 전국 229개 지자체 기준 종합점수 상위 100곳, 16개 유형별 종합순위, 17개 광역별 종합순위, 시군구별 Top50, 6대 광역시 Top50, 6개 도 Top50 등 다양한 테마와 지역별 비교 분석 결과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229개 지자체 중 우리 지역 찾아보기
그렇다면 KLACI로 진단해본 우리나라 지역별 현황은 어떠할까요. 전국 229개 지자체의 유형 분포를 분석한 결과, ‘개발도약형(SCMA)’이 63곳(27.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개발도약형은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 등 4대 범주 모두에서 역동성과 성장동력이 낮게 진단된 유형입니다. 즉 인구는 정체돼 있거나 감소하고 있고(S), 기반 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부족해 지역 경제가 침체됐으며(C), 교육·문화 서비스 등 생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M), 의료·치안 인프라가 부족한(A)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 많은 지자체가 속한 유형(17.9%)은 ‘기초안정형(SCMR)’으로, 치안 등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으나(R) 인구와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SC) 주거·교통 등 생활 기반이 약한(M) 유형입니다. 개발도약형과 비교했을 때 ‘안전’ 범주에서만 강점을 보일 뿐, 인구·경제·생활 범주에서 모두 약점이 두드러지는 지역입니다.
이처럼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등 3대 범주에서 중장기 투자와 전략이 필요한 지자체는 총 104곳으로 전체의 45.4%에 달합니다. 3대 범주 중에서도 인구성장력과 경제활동력의 강화가 특히 시급한데요, 우리나라 지자체 10곳 중 7곳(72.9%)은 인구 성장이 사실상 멈춘 ‘인구정착형’과 산업 기반이 약해진 ‘경제정속형’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5극3특’ 권역별 KLACI 분석 결과는 어떠할까요. 5극3특 체계는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서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강원특별자치도·전북특별자치도)로 구분해, 권역별 특성에 맞는 성장 전략으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접근 방식인데요, KLACI 분석 결과 5극3특 체계 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21.2%가 4대 범주 모두에서 강점이 두드러지는 ‘만능성장형’에 해당하며, 인구와 경제 성장 동력은 부족하나 생활 편의성과 안전성이 높은 ‘안전생활형’ 지자체도 21.2%로 절반이 ‘살기 좋은 지역’에 속합니다.
반면 ‘5특’ 중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세종·충남·충북), 서남권(광주·전남)에 속한 지자체들은 인구성장력·경제활동력·생활기반력·안전회복력 등 4대 범주 전반에서 강점보다 약점이 두드러지는 개발도약형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3특’ 권역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강원특별자치도에 속한 지자체 다수가 개발도약형으로 진단됐으며, 전북특별자치도는 소속 지자체 10곳 중 4곳(42.9%)이 인구와 경제는 정체됐지만 복지·치안 등 사회적 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기초안정형’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인구와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경제집중형(50%)’과 인구와 경제가 둔화하는 ‘기초안정형(50%)’ 유형이 양분되는 모습인데요, 인구 유입·개발 투자가 활발한 지역과 정반대로 인구 유출·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지역 간 격차를 좁히는 균형발전 전략이 시급해 보입니다.
문제의 구조적인 현상을 짚고, 증거 기반으로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나타난 변화를 측정·확산하는 것이야말로 트리플라잇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며 각 지역이 고유한 특성에 맞춰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트리플라잇은 앞으로 KLACI를 통해 다각도로 도출한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프레임워크 해설과 활용법, 229개 지자체 데이터시트와 분석 인사이트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KLACI 데이터 백서도 곧 출간되는데요, 사전예약을 받고 있으니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 ▶KLACI 데이터 백서 사전예약 신청하기
※트리플라잇의 ‘KLACI(지역자산역량지수)’, 언론에서는 이렇게 조명했습니다
◆ 매일경제
▶첨단기업 들어오니···젊은 인재 몰리고 소득 수준·삶의 질 ‘쑥’
▶지방소멸시대? 평택·용인·화성은 걱정없다···이것이 ‘기업도시’의 힘
▶“정부 힘만으로는 안됩니다”···전문가들이 말하는 지방소멸 비책은
◆ 더나은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