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트리플라잇의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실효성 있는 솔루션을 모색하는 첫 단추로 한양대학교 로컬리즘연구회와 함께 ‘대한민국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개발한 데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기업, 투자사, 비영리조직 등 다양한 문제 해결 주체가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장(場)을 마련하고자 ‘대한민국 로컬 임팩트 전략 포럼’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개최된 제1회 포럼 현장에서 공유된 인사이트와 사례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트리플라잇이 첫 포럼을 열며 ‘로컬’, ‘연대’에 주목한 이유
― 전영수 한양대학교 로컬리즘연구회·국제대학원 교수

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를 이끌며 트리플라잇과 함께 ‘대한민국 지역자산역량지수(이하 KLACI)’를 개발한 전영수 국제대학원 교수는 ‘로컬리즘’으로의 전환이 시대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흐름이라 설명합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온 전통 제조업·수출·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의 한계 앞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 모델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한편, 지역 간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금이나 대기업 유치와 같은 외부 자원 투입만이 아니라, 지역이 보유한 인구, 사업체 등 내부 자원의 유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른바 ‘새는 양동이(the Leaky Busket)’의 구멍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죠.
경제·인구·생활·안전 등 4개 범주 현황을 55개 지표로 진단하는 KLACI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타 지역 대비 점수가 높은 ‘강점’에만 주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약점’에도 집중해 이를 보완함으로써, ‘물이 새지 않고 차오르는 양동이’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영수 교수는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KLACI 분석 결과 중 55개 지표 가운데 전국 지자체 대비 순위가 높은 ‘강점’ 항목 10가지와 ‘약점’ 항목 10가지를 예시로 보여주며, “약점 항목 10가지를 감추고 싶어할 것이 아니라, 약점으로부터 지역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 이은화 트리플라잇 공동대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국내 전체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더불어, 수도권·대도시가 아닌 지자체 다수가 거주 인구 유출로 인한 ‘사회적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이은화 트리플라잇 공동대표는 이러한 지역 인구 감소가 지역경제 침체와 생활을 지탱하는 기초 인프라 소실로 이어져 더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곧 ‘소멸 위기’로 읽힐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트리플라잇은 그동안 ‘데이터’로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와 전략을 제안해왔는데요, KLACI라는 데이터 기반 지역 현황 진단 도구를 개발한 이유도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진짜’ 문제를 찾아 ‘제대로 된’ 솔루션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국가 단위가 아닌, 전국 229개 지자체 단위의 데이터 분석에 주력한 것은 보다 면밀하게 실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들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은화 대표는 “OECD는 보다 면밀한 삶의 질 측정을 위해 ‘지역웰빙지수(Regional Well-being Index)’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삶의 질은 다르게 나타나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 또한 다양하게 조합되므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실질적 삶의 터전인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화 대표는 강원도 춘천시의 KLACI 분석 결과를 예시로 들어, 어떻게 하면 지역의 강점과 약점을 토대로 성장 전략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지 설명했습니다. 춘천시는 평균 연령이 전국 229개 지자체 중 23번째로 낮고 청년 인구 수도 전국 31위인 ‘젊은 도시’에 속합니다. 반면에 경제적 활력이나 생활·안전 인프라 측면에서는 강점보다는 보완해야 할 약점이 더 많은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즉 ‘사람은 모이지만 이들을 담아낼 일자리, 주거 등 그릇은 빈약한’ 상태인 것인데요, 이은화 대표는 “종합해볼 때, 춘천시의 경우 사람들이 모였다가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 현황 진단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솔루션이 실제로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성과를 지속해서 측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고 체감하는 변화를 파악하는 ‘좋은’ 질문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은화 대표는 “문제 진단과 솔루션 설계, 성과 측정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지역의 다양한 문제해결 주체들의 공감대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곽윤석 화성시연구원 기획경영실장

경기도 화성시는 KLACI 분석 결과 종합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KLACI의 4대 범주 중 인구(인구성장력)과 경제(경제활동력) 부문에서도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꾸준히 늘어나는 인구, 탄탄한 지역 재정과 첨단산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우수한 교통망과 풍부한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안정적인 생활 환경이 서로 선순환하며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모습입니다.

곽윤석 화성시연구원 기획경영실장은 화성시가 인구 107만 번영의 도시로 도약하기까지 3번의 도약기를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2001년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되며 ‘도시’로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이어 신도시를 조성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며, 2023년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한 이래 화성’특례시’로 승격되고 4개 구청을 신설하면서 도시 행정 기반을 더욱 강화한 것이 도약의 주요 계기가 됐다는 겁니다. 곽윤석 실장은 “디지털 전환, 저출생, 기후위기 등과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성시는 ‘10대 메가 트렌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테크노폴 조성 등 ‘화성노믹스’ 비전을 수립해 선진 미래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첨단기술이 어디에, 누구에게 먼저 제공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고 소외가 될 수 있기에, 107만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남보현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대표

에이치지이니셔티브(이하 HGI)는 2014년 설립 이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투자해왔습니다. 남보현 HGI 대표는 “투자를 위해 설립돼 ‘임팩트’를 조명하게 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이자 비즈니스 모델로서 ‘투자’를 선택한 회사”라고 HGI를 소개했는데요, 2024년부터 트리플라잇과 함께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가 포진해 있으면서도 시장성이 높은 산업분야를 진단·탐구하는 「투자자를 위한 사회문제와 산업 분석 리포트(Issue To Impact)」를 발행하며 임팩트 중심의 투자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1편 ‘고령화와 실버산업’, 2편 ‘생산성’에 이어 현재 ‘인구구조 변화와 지역’을 주제로 세 번째 리포트를 준비 중인데요, 남보현 대표는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또 파급력이 큰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은 무엇이며 시장에서 이들 솔루션은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때 제대로 된 지역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서 HGI는 ‘양질의 일자리 공백’과 ‘생활 인프라 공백’을 투자와 시장 성장의 ‘기회’로 주목했습니다. 남보현 대표는 “일자리가 있어도 생활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경제활동인구만 지역에 남고 그들의 가족은 유입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역의 경제활력은 떨어지고 지역에 정착하는 정주 인구와 잠시 머무는 체류 인구가 점점 구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지역에 일자리라는 ‘먹이’와 함께 의료·교통·주거 인프라와 같은 ‘둥지’가 동시에 확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지역의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공백을 메우는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HGI는 크게 ▲물리적 인프라의 결핍을 디지털 기술로 보완하는 '기술적 보완' ▲생존을 넘어 생활의 질을 높이는 '라이프스타일 공략' ▲체류 만족도를 높여 경제활력을 증대하는 '체류 경험 개선' ▲유휴 자산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유휴자산 BM화'에 집중하는 전략 프레임워크를 설정했습니다. 남보현 대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의 난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 해법이라 생각한다”며 투자자 관점에서의 ‘로컬 임팩트 전략’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