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굴하고, 약점을 기회로 바꾸는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소개합니다.

‘연대’의 힘이 만드는 로컬 임팩트

블로그
2026-02-27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트리플라잇의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실효성 있는 솔루션을 모색하는 첫 단추로 한양대학교 로컬리즘연구회와 함께 ‘대한민국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개발한 데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기업, 투자사, 비영리조직 등 다양한 문제 해결 주체가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장(場)을 마련하고자 ‘대한민국 로컬 임팩트 전략 포럼’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개최된 제1회 포럼 현장에서 공유된  인사이트와 사례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트리플라잇이 첫 포럼을 열며 ‘로컬’, ‘연대’에 주목한 이유

다양한 주체의 ‘연대’와 ‘협력’으로 만드는 로컬 임팩트

“사회연대경제가 지역에 안정적 일자리와 순환경제 구조 만들 것”

― 염성욱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지원과장

염성욱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지원과장. ⓒ조태현/트리플라잇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에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포함시키고 행정안전부를 해당 과제의 주무부처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사회연대경제국을 신설하고 산하에 4개 부서를 두었는데요, 그중 하나인 사회연대경제지원과의 염성욱 과장은 정부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에 주목한 이유로 “시장과 공공이라는 두 주체가 다하지 못하는 역할을 채우는 제3의 길이 사회연대경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이윤을 우선시하기에 특정 영역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공공의 사업은 제도권 밖 사각지대에 도달하지 못하고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는 사회적 양극화, 청년 실업, 지역 소멸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로서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조성·확장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사회연대경제가 지역에 만들어낼 긍정적인 변화에 관해 염성욱 과장은 "지역에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많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지역사회 발전에 재투자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 지역이 '계속 살고 싶고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염성욱 과장의 발표자료에 포함된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 국정과제 방향. ⓒ염성욱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범정부협의체를 조직해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비롯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연대금융 지원망을 강화하는 등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토대를 다져나갈 예정입니다. 염성욱 과장은 “현재 대한민국 GDP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통 0.8~0.9% 수준으로 보는데, 사회연대경제 생태계가 자립적으로 성장해 이 비중이 점차 확대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다양한 주체 간 연대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회연대경제 모델 사례를 발굴·확산하는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회를 ‘연결’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

―김보라 안성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조태현/트리플라잇

김보라 안성시장은 ‘6070추억의 거리’ 조성사업 사례를 통해, 지역 자원의 ‘연결’과 행정의 ‘협력’을 기반으로 삼은 안성시의 ‘로컬 임팩트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6070추억의 거리는 조선시대 전국 최대 시장(市場)으로 번성했으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상권이 해체된 옛 장터의 중심 골목을 가리키는데요, 안성시는 이곳을 재정비해 안성시 대표 관광지로 활성화하고자 2015~2018년 4년간 예산 57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재생사업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후, 안성시는 거리의 도로 포장 상태나 간판과 같은 ‘하드웨어’ 요소보다는 거리에 남아있는 사람, 이야기와 같은 ‘소프트웨어’ 요소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김보라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6070추억의 거리를 걸어보니, 그제야 거리의 장점이 제대로 보였다”면서 “그렇게 발견한 장점을 살리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보라 시장의 발표자료에 포함된 ‘6070추억의 거리 활성화 전략’ 일부. ⓒ안성시

안성시는 6070추억의 거리 고유의 장점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 기존에 5개 부서에서 각각 진행하던 5개 사업 대상지를 6070추억의 거리로 집중시켰습니다. 그렇게 해서 6070추억의 거리에는 청년 창업 점포와 공예가의 공방이 하나 둘 들어섰고, 거리의 포장마차, 슈퍼, 카페, 정육점 등이 참여하는 ‘골목식탁’과 빈 점포를 활용한 전시회와 같은 행사로 활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김보라 시장은 “안성시처럼 재정 규모나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들이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라면서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시의 모든 사업을 한 곳에 집중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다른 지역에서 그 사례를 보며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로컬 임팩트를 확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주민 모두의 ‘주도적인 보통의 삶’을 지탱하는 건 ‘마을’이라는 공동체와 공간”

― 김정화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사무국장

김정화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사무국장. ⓒ조태현/트리플라잇

‘안심마을’은 대구광역시 동구의 안심 1·3·4동과 혁신동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의 네트워크로, 네트워크 조직들이 주도적으로 설립·운영하는 공간들이 있지만 장소적 개념의 ‘마을’은 아닙니다. 현재 안심마을 네트워크에는 사회복지기관을 비롯해 동네 책방, 도서관, 어린이집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 26곳이 가입돼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은 안심마을 네트워크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데요, 김정화 한사랑 사무국장은 “동네 친구 하나 없이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 청년의 삶을 지켜보면서 안심마을을 꿈꾸게 됐다”면서 “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이웃과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안심마을이라는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게 됐다”고 안심마을 조성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정화 사무국장의 발표자료에 포함된 ‘안심마을 네트워크’ 조직 현황. ⓒ김정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마을 주민’으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안심마을 네트워크는 당시 지역 주민 누구에게나 필요했던 ‘도서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문을 연 ‘아띠도서관’은 시공부터 운영까지 주민들이 담당하는 주민 주도 공동체 공간으로 자리 매김했는데요, 도서관을 시작으로 안심마을 네트워크는 카페, 밥집부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공유주택까지 마을 주민들 누구나 ‘주도적인,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구축했습니다. 김정화 사무국장은 “안심마을 네트워크는 소속 조직의 직원, 조합원을 비롯해 이용자, 가족 등을 포함해 약 5천 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시민’으로서 자격을 인정할 때 사람들이 살고 싶은 품격 있는 공동체, 마을이 유지된다는 것이 지난 20년 동안 안심마을에서 깨달은 ‘로컬 임팩트 전략’일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한국의 맛 버거가 지역 농산물 브랜드 가치 확산하는 마중물 되길”

― 양형근 한국 맥도날드 이사

양형근 한국 맥도날드 이사. ⓒ조태현/트리플라잇

한국 맥도날드의 사회공헌사업인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로코노미’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지난해 트리플라잇이 한국의 맛 버거 4종이 4년 동안 창출한 임팩트를 화폐가치로 측정한 결과, 지역과 농산물 브랜드 가치 제고· 농가 소득 증대·과잉 생산물 폐기 비용 절감 등으로 617억 원에 준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양형근 한국 맥도날드 이사는 “지역과 지역 특산물 이름을 넣은 버거를 홍보하고 판매함으로써 지역 브랜드 인식도와 가치를 높인 것이 한국의 맛 임팩트의 핵심”이라며 “이를 ‘화폐’라는 알기 쉽고 객관적인 정량 지표로 확인함으로써 기업의 시장 성과가 사회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한국 맥도날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양형근 이사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로 출시된 제품 판매량이 3천만 개에 이르고, 기존 로열 고객층 외에 ‘지역’에 흥미를 느끼는 새로운 고객이 매장을 찾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이밖에 ‘지역 상생’을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맥도날드는 한국의 맛 메뉴 중 시장 반응이 좋았던 제품의 판매 기간을 늘리고, 지속해서 새로운 지역의 농산물을 발굴해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양형근 이사는 “현지에서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전국으로 유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한국의 맛 신메뉴로 연결되지 못한 지역 농산물들도 있다”면서 “한국의 맛 프로젝트 성과가 다른 기업들의 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역 농산물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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