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사람과 지구에 이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른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합니다.” - 프랑수아 보니시 World Economy Forum 재단 책임자
기업의 목적은 영리 추구라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정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라는 개념입니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우리 회사의 활동이 사회, 환경적으로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ESG 공시 강화 등 정부 규제, 탄소 감축에 대한 압력 등의 사회적 분위기는 임팩트 경제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임팩트 경제의 확산은 사회연대경제의 성장 가도와 궤를 같이 합니다. 지난 2년간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2022년 6월 OECD가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 권고안(Recommendation on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and Social Innovation)’을 발표했고, 같은 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결의안(Decent Work and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UN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190여개 회원국과 국제 금융기관은 SDGs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프랑수아 보니시 World Economy Forum 재단 책임자는 국제 사회 및 주류 경제에서 사회적 경제를 인정하기 시작한 이유로 ‘수십년간 다양한 방식의 임팩트 평가와 연구 및 측정 작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 관련 데이터와 기여에 대한 증거를 축적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펴낸 ‘사회적경제 활성화(Unlocking the Social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전 세계 GDP의 약 7%, 일부 국가의 경우 고용의 10~12%까지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2023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 참가한 글로벌 연사들은 ‘임팩트 측정과 증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연대경제(사회적 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현장에서는 사회연대경제 주체의 임팩트 측정에 왜 주목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조직은 전통적 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성과를 요구받는 주체입니다. 소비자와 투자자도 임팩트 창출에 대한 증거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최근 그린워싱, 소셜워싱 등의 단어가 이슈가 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죠. 우리 회사가 임팩트 지향 조직이라면,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임팩트 측정과 데이터 관리가 필요한 이유지요. 투자자 차원에서는 임팩트 측정 과정을 통해 진짜와 가짜를 감별할 수 있습니다.
임팩트 측정은 우리 조직의 강점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베를레 클레인 World Economy Forum 사회적경제 수석은 “사회적 기업은 부정적 임팩트를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긍정적 임팩트를 촉진하는 기업”이라면서 “임팩트 측정과 증거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린 바실 OECD 정책분석관도 “임팩트 측정은 단순히 외부의 책임성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의무로만 생각되어서는 안 되며, 전략적 성찰의 기회와 차별화 요소를 제공할 수 있는 계획 수립 도구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의약품에 접근하게 한다’는 것이 목적인 A라는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A 기업의 임팩트는 매출로만 설명이 될까요? 물론 ‘매출이 높아지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명료한 차별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A라는 기업을 통해 절감하게 된 의약품 지출 비용을 측정해야 할 것입니다. 대개 진짜로 중요한 것과 실제로 측정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경향이 있기에 보다 엄밀한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로 임팩트 측정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과정이자, 문제 해결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제 주체는 조직의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을 식별하고, 이들이 인지하고 체감하는 수준을 지속적으로 측정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당 이해관계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임팩트 측정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임팩트 측정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흐름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8일, 브라질은 국가 임팩트 경제 전략(National Impact Economy Strategy)과 임팩트 경제 위원회(Impact Economy Committee)를 설립하는 대통령령 ENIMPACTO를 채택했습니다. 국가 임팩트 경제 전략에는 임팩트 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임팩트 측정을 통해 임팩트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기업과 정부의 조달 채널에 임팩트 솔루션을 포함하는 것을 장려하는 등의 전략적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공공조달 절차 내 사회적 임팩트 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중장기(최소 18개월) 공공 계약에 대해서는 사회적 임팩트 평가가 의무입니다. 공공 조달 절차에 임팩트 평가를 준비하고 시행하기 위한 방법과 시기를 명시해야하고, 평가 비용도 계약 금액과 비례해서 책정됩니다. 룩셈부르크도 소셜 임팩트 기업(SIC)의 경우 임팩트를 측정하는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관련 결과를 임팩트 리포트를 통해 보고해야 합니다.
최근 트리플라잇이 만난 분들은 정부나 기부자, 투자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우리의 활동으로 인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나’ 혹은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임팩트 측정과 증거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 발 앞서 사회적 임팩트를 정의하고, 임팩트 개선의 증거를 축적하는 조직이 경쟁 우위를 선점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