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병 용기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녹색의 표준용기가 아니라 비표준용기(이형병) 형태의 '진로이즈백'을 출시하고 큰 인기를 끌면서, 소주병 재사용 시스템에 혼란이 가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슈&임팩트 데이터연구소 IM.Lab에서는 진로이즈백 용기를 둘러싼 이슈를 짚어보고, 유리병 재사용 현황을 데이터로 살펴봅니다.

01. 소주병 공용화 자율협약의 시작  

"소주병 공동 사용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적극 동참"

2009년, 7개 소주 제조사(대선주조, 롯데주류BG, 선양, 진로, 충북소주, 하이트주조, 한라산)가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이유다. 협약의 요점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녹색 소주병(360㎖)을 7개 소주 제조사가 공동으로 제작, 사용해 공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하겠다는 것. 당시 환경부는 공병의 선별·교환 물류비용 및 신(新)병 투입 감소 등을 통한 제조원가 절감으로 307억~502억원의 경제·환경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년간 소주병 규격을 통일한 업체들은 빈 병을 회수한 뒤 세척, 멸균 과정을 거쳐 자사의 라벨을 붙여 재사용했다. 단, 수거한 빈병 중 표준화되지 않은 이형병은 원래 제조사에 돌려줬다. 각사는 신병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소주의 국내 주류 출고량은 약 27%로, 맥주(약 50%)와 함께 주요 주류에 속한다(2018년 기준).

02. 균열이 생긴 소주업계 자율협약  

2019년 4월, 하이트진로에서 과거 진로 소주병 모양으로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소주병 공용화 자율협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진로이즈백은 1975~1983년에 출시됐던 라벨 크기, 병 모양, 병뚜껑 색깔 등을 재현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전에도 한라산 등 이형병 형태의 소주병이 있었지만, 진로이즈백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소주병 재사용 문제가 점화된 것.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했다.  

진로이즈백의 인기와 함께 업계의 갈등은 고조됐다. 롯데주류는 진로이즈백의 빈 병 수거를 거부하고 하이트진로 측에 돌려주지 않기 시작했다. 롯데주류는 "기존 소주병과 크기와 색깔이 다른 병을 선별해 돌려주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소주업계의 자율 협약이 깨졌다"고 주장했고, 하이트진로는 "주력 소주 외에 비표준 병은 업체의 자율성과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며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청하'도 이형병이지만 협약에 따라 빈 병을 돌려줬다"고 반박했다.

지난 7월 말,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를 통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소주병을 일대일로 맞교환하되, 수량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수수료는 병당 17.2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업체들이 마케팅에 유리한 방식으로 소주병을 제각각 개발하며, 이를 시작으로 공용병 재사용 시스템이 균열이 갈 것이라며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소주업계의 포장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다.

03. 왜 유리병 재사용이 중요할까?  

유리병은 유일하게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 용기다. 반면, 폐유리가 흙으로 분해되기까지는 무려 약 100만년이 걸린다. 유리병을 유통망 안에서 재사용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리해야하고, 관리하는 이유다. 정부에서는 공병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공병을 소매점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환불해주는 등 유리병 재사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생산, 소비 단계를 거쳐 색상별로 분리배출(백색, 갈색, 녹색)된 유리병은 세척, 멸균 과정을 통해 재사용되거나, 유리원료를 선별하고 파쇄해 제병사로 보내져 '재활용' 된다. 환경적 관점에서는 재사용되는 것이 가장 이로운데, 유리병 속에 이물질이 있다면 재사용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빈병 재사용률은 85%로 캐나다(96%), 일본(94%), 핀란드(98%), 독일(95%)에 비해 낮다. 재사용 횟수 또한 한국은 8회로 독일(40~50회)에 비해 2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소주병 공용화 협약 논쟁 이슈를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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