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라잇은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국내 상장 기업들의 ESG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을 조직의 (경영)활동으로 인한 긍정적·부정적 영향(임팩트)를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혹은 'ESG 보고서'를 기준으로 ESG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ESG 데이터는 기업의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지난달(2022년 1월)에는 주요 건설사의 ESG 임팩트를 진단·분석한 일부 결과를 IM 콘텐츠로 발간했는데요, ESG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의 내러티브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건설사 ESG 임팩트 확인하기 : 국내 Top12 건설사 산업재해 임팩트연초부터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사의 안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월 27일부터는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되었죠. 특히 이번 사고의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7개월 전에도 재개발 현장에서 건물 붕괴 사고를 낸 적이 었었던 회사로, 결국 '예견된 참사'가 아니었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실제 건설사들의 산업재해 현황은 어떨까요. 먼저 사망자 수를 볼까요. 시가총액 상위 12곳 건설사 중, 현대건설의 최근 3년간 현장 사망자 수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건설(19명), 대우건설(18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도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4위).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벌점 현황, 하자 분쟁 건수 등에서도 부실시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겠죠.
산재보험급여 지급총액은 현대건설이 545억 4,970만원으로 가장 높고, 부실벌점도 23.2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1년 하자 심사 접수 건수는 GS건설이 1,917건으로 가장 많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1,25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2곳 건설사 중 산업재해 심각도가 높은 기업은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로 종합해 볼 수 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데이터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공공에서 부과하는 부실벌점은 낮은 편이지만,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하자 접수 건수는 매우 높은 편이네요. 벌점 제도를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벌점이 1점 이상이 되면 선분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인데요, 현재 벌점 제도는 평균 벌점 방식이라 부실시공을 하더라도 현장수가 많은 업체라면 유리한 상황입니다. 대형 상장 건설사들의 누계 평균 벌점은 0.3점 이하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최하점인 1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2020년에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벌점 산정 방법을 평균에서 합산으로 변경했는데, 새로운 합산 방식은 2023년 1월 1일부터 도입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희가 이번에 정리한 부실시공 벌점 데이터는 '합산' 방식으로 집계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2곳 건설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했습니다. 우선 12곳 중 6곳, 딱 절반의 기업(삼성물산,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만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큰 사건을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요. 부실시공 벌점 현황, 하자 분쟁 건수 등 정부에서 발표하는 주요 안전 데이터를 보고서 속에서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GRI, SASB 등 글로벌 기준의 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지표가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맛대로 데이터를 취사선택해 보고하고 있죠.
예를 들어 산업재해 관련 지표를 확인해봅시다. 위의 👆트리플라잇이 분석한 건설사 ESG 임팩트 진단표를 보시면 직원보다 협력사의 산업재해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를 해야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텐데요,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협력회사 관련 지표(근로손실재해율, 사망자 수 등)는 아예 보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요, ‘산업안전’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산업재해율을 제시하지만, ‘협력회사’의 산업재해율 데이터는 빠져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결국 반쪽짜리 ESG 평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임팩트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을 공유하기보다 자랑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보고서 검증에 대한 신뢰도도 많이 하락한 상황이죠. 이제는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목적을 다시금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무엇이고, 이를 위협하는 내외부 리스크는 무엇인지 분석하는 주요 경영 업무로 인지해야 한다는 거죠.
🔍국내 상위 30대 기업은 부정적 임팩트를 어떻게 공시하고 있을까 : ESG 워싱 분석 리포트 ③임팩트 워싱 트리플라잇은 이런 관점에서 기업별 점수나 등급을 매기는 것보다 각 기업의 '임팩트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ESG 이슈가 주요 경영 전략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된다면, 개선의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과정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기업의 홈페이지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에 좀 더 면밀하게 공유되기를 기대합니다.